[당 역사연구소] 중세 유럽의 양반들이 한겨울에 노는 법

<아자씨. 허튼짓 하면 손꾸락 한개. ㅇㅋ? (!?!?)>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사는 데 있어서, 노동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노는 것'.

하지만 현대 문명의 이기인 게임기도, 인터넷도 없었고, 그렇다고 썬데이서울도 없었던 그때 그시절...

게다가 12월이 되면, 감기가 걸릴까봐 무서워서 일손놓고, 싸움박질도 자제하던 그 시절에 대체 이동네 사람들은 뭐하고 살았는지 대충 살펴보겠다.


<아마 당시에 이런거 만들었다간, 쥐도새도 모르게 끌려갈지도 몰러 'ㅅ';;>


 

1. 주사위놀이

<고대 로마의 주사위. 중세 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ㅆㅂ 왜 링크를 짤라먹어가지고...)>


지금이야 D&D TRPG나 여타 다른 게임들 - 예를 들면 80~90년대에 유행한 졸리게임 시리즈 등에서 가지고 놀던 주사위놀이는, 중세 유럽에선 독립적인 게임이였다. 규칙이 워낙 많아서 한번에 정리가 불가능하지만,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이런 게임들이 으레 그렇듯이, 항상 판돈을 걸고 하는 게 다반사였고, 심지어는 이거가지고, 밥벌어먹고 사는 꾼들까지 생겨났다고...이때문에 패가망신하고, 길거리에 나앉아 상자박스집을 짓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나 뭐라나...'ㅅ';;;;


<......>



게다가 당시에 발간된 모 소설에서 묘사하기를, '왕의 즉위식을 기념해서, 세 기사양반이 주사위로 노름판을 벌이다가, 빤쓰꺼정 훌러덩 까먹는 사태가 일어났고, 이 손해를 땜빵하기 위해 돈을 빌리러 갔다가, 지들끼리 머리끄댕이잡고 대판 싸웠다'라는 구절까지 나왔다고 하니, 말 다했지...


<아이고 이 웬수야!! 내가 못살아 못살아!!!!! x ∞>



 

오죽하면, 이 패악질을 보다못한 샤를르마뉴(Charlemagne. 742 ~ 814)나, 오토 대제(Otto der Große. 912  ~ 973), 프리드리히 2세(Frederick II of Hohenstaufen. 1194 ~ 1250)를 비롯한 각국의 정부는, 이 노름판(?)을 규제/금지시키려고 갖은 방법을 다썼지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에 비볼트 폰 캄프라이 (Wilbold von Combray) 주교는 이 '노름귀신'으로 불리는 주사위놀이에 종교적인 색채를 입혀서 건전한 놀이로 탈바꿈시켜 사회평화에 이바지하고자(?), 자체적으로 주사위놀이를 만들었지만, (당연히) 인기가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뭐니뭐니해도 스릴넘치는 도박게임이란, 전재산 올인해서 남의 빤쓰를 훌러덩 벗겨먹는 것이지, 누가 심심풀이에까지 하나님아바지를 찾겠냔 말이지...'ㅅ';;;

<이런 게 과연 인기가 있을까...'ㅅ';;;?>

 

이 주사위놀이가 높으신 분들까지 하는 게임이다보니, 목제 주사위뿐만 아니라, 값비싼 재료를 사용해서 주사위를 만들었는데, 돈이 좀 있는 양반들은, 상아나 뼈를 조각해서 주사위를 만들었다고...제일 많이 사용하는 주사위는 6면체 주사위인데, 기본적으로 주사위 세개와, 게임판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돈 좀 있는 양반들은 게임판까지 대리석이나 값비싼 석재로 만들었다. 이래서 돈이란 좋은 것이여...)

<중세 유럽의 주사위 제조업자를 묘사한 필사본>


 

2. 보드게임

'내는 노름판에 찌들어버린 주사위놀이따위는 단호히 배격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선호하시는 게임의 유형이 되겠다. 보드게임같은 경우는 현재 남아있는 중세 유럽에서 유래된 게임들은 상당히 적은 편인데, 예를 들면 고대 로마에서 유행했던, 물방아 (Mill 혹은 Nine men's morris)이나, 유럽식 바둑(Queen), 혹은 벡가몬 (Backgammon)이나, 트릭트랙(TricTrac.벡가몬의 변종규칙) 등의 게임들을 했다고 한다.

<레바논에서 출토된 벡가몬판, 트릭트랙 게임보드 레플리카판 (1537년판 리메이크)과, 벡가몬을 플레이중이신 두 양반>


 

역시 이들에 사용되는 말(Piece) 역시, 목제부터 사슴뿔, 상아, 심지어는 보석이나 수정 등으로 만들어진 게 출토되었는데, 이상하게 그 보드게임에 쓰는 게임판은 발굴이 잘 안됬었다고 한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다던데,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게 집안에 틀어박혀 하는 게임인안큼, 게임판을 따로 만드는 경우보다는, 건물 안에다가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전자에 해당되는 경우는, 따로 게임판을 만들거나 식탁의 윗판에 선을 그어서 만들었고,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는 마룻바닥 등에 새겼다. 심지어는 창문 틀에도 새겨놨는데, 현재 사학자들은 '바깥경치 한번보고, 보드게임 한번하고 이런 거 아님??'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영국 노리치 성(Norwich Castle)과 네벤 성(Nevern Castle)에서 발굴된 보드게임용 게임판>
(노리치 성의 출토품은 지하감옥의 죄수가 새긴 것으로 추정되며, 본성(本城)에 똑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혹시 중세에 살던 양반이, '우리 심심한데, 보드게임이나 해염'이라고 할 경우에는, 현대인들은 긴장타야 할 듯.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들이 얘기하는 보드게임이라는 건, 현재에는 전해지지 않아서, 복원이 불가능한 특정 보드게임을 말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Nine men's morris를 플레이중인 양반들. 이건 그나마 지금 알려져 있으니 망정이지...>


 

여담이지만, 현재 유럽권에서는 북유럽의 보드게임을 몇개 복원해서 즐기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400년경에 게르만 부족 내부에서 유행한 테팔 (Tafl)이나, 바이킹 양반들이 가지고 놀았던 발할라 (Valhalla)나 여우와 거위 (Fox and Geese, 지방에 따라 Halatafl)등이라나 뭐라나...


<스웨덴에서 발굴된 테팔 관련 벽화와, 발할라, '여우와 거위' 복원품>





3. 체스놀이


<심심한 데에는, 성전기사단 양반들도 예외일 순 엄돠...>


 

이 역시 일종의 보드게임이지만, 여타 보드게임과는 다른 것이, 다른 게임에 비하면, (조기)교육을 목적으로, 체스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원래는 6세기 경, 인도의 굽타 왕조 시절에 유행했던 차투랑가 (caturaṅga / चतुरङ्ग) 에서 유래된 게임이, 여기저기 흘러들어가서 유럽에선 체스로, 동북아시아권에선 장기(象棋 / 將棋) 등으로 변형된 게임인데,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렇듯이, 유럽에서도 이 전쟁놀이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고...


<인도와 아랍권, 그리고 유럽에서의 체스놀이를 묘사한 그림들>


 

놀이의 성격이 성격인만큼, 하층민들은 좀처럼 하기 힘든 놀이였고, 주로 높으신 분들이 하는 게임이였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조기)교육의 목적으로도 체스를 뒀다. 군사교육 목적으로도 이용되어 전술적 사고를 증진시키는 용도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해서 정치를 가르치기도 했으니, 게임 치고는 교육적(?)이였던 듯.

그런데 나중에는, 이게 또 돈놀이랑 겹치면서 성직자들이 체스두는 걸 열라 씹어대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당시 도덕교육 중에 하는 말이 '착한 어른들은 체스하면 안되염.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에염'이라고 윽박질렀으나(?), 역시 삽질로 끝나고 말았다고...심심한 데는 그 누구도 대책이 없는 것이 인간사이거늘 어찌 'ㅅ';;;;


흥미롭게도, 체스의 기본적 내용이 전쟁놀이인만큼, (우리에게 알려진) 동글동글한 말 말고도, 다른 모양의 장기말들이 많다. 헤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2001)에 나온 체스판까지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모양새는 아니더라도, 인물조각상 비슷한 체스말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심지어는 샤를르마뉴 제위시절의 보병을 체스화한 물건까지 발굴되고 있다고...


 

<체스말 만드는 장인과, 비숍(13세기 영국), 폰(9세기 프랑스), 킹(노르웨이 12세기 중반), 루크(독일 10세기)의 출토품>

<아랍에서의 체스말. 보아하니 나이트를 형상화한 듯>



여담이지만, 높으신 집안들의 처자들도 체스를 상당히 즐겼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라는 집안일은 안하고, 팔자좋게 체스를 두고앉아있는 여편네(?)들 'ㅅ';;;>


4. 여성동지(?)들을 위한 놀이

위와 같은 놀이들은 대부분 남정네들 전용이라, 여성들은 잘 손대지 않는 놀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처자들 전용 놀이는 따로 있었으니, 눈가리고 아웅하는 술래잡기 등은 물론이고, 진실게임까지 유행했다고 한다. 이래도 심심하면, 시종들을 불러서 말타기놀이를 했다고 하는데, 남자들이 엎드려서 네발로 기어다니고, 처자들이 그 위에 탄다. 그리고 한쪽 다리로 다른 기수를 밀어서 떨어뜨리는 게임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두고 '당대 유행했던 토너먼트 조스팅 대회 처자판'으로 생각중이다 'ㅅ';;;)

하지만 처자용 놀이의 진국은 따로 있었으니, 이른바 민네부르크(Minneburg) 놀이. 일단 방안의 가구란 가구, 천이란 천, 물건이란 물건은 몽조리 다끌어와서 성을 짓는다, 그리고 그 안에는 처자들이 들어가고, 남정네들은 그 성밖에 있는데, 이 게임의 설정이....

옛날 옛날에, 민네부르크라는 성이 있었는데,

이 성에는 처자들만 산다고 한다.

젊은 남정네들은 이 성을 뭔 수를 써서라도 점령해야하고,

처자들은 그 남정네들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





<!?!?!?>

라는 설정을 가지고 공성전을 치렀다. 그렇다고 화살이나 돌을 던지는 건 아니고, 사과나 호두, 밤 등의 '맞아도 안아픈 물건'등을 던져서 남정네들을 저지해야 한다는 놀이라고...

<민네부르크 놀이를 묘사한(?) 그림(!?!?). 그렇다고 진짜 돌은 던지지 마시라 'ㅅ';;;>



※참고로 여기서도 돈의 힘이란 게 위대한 것이, 돈많은 영주들은 딸사랑을 과시하기 위해, 건축가들을 불러서, 목재로 만든 민네부르크놀이 전용 성을 방안에 들여다놓은 사례도 보인다고...'ㅅ';;;;;


<우쩌겠나...딸내미가 사달라면 사줘야지...'ㅅ';;;>




이 밖에도 애들을 위한 장난감도 출토되고 있는데, 중세 초기에 만들어진 걸로 추정되는 바비인형놀이용 옷가지나, (대부분 점토나 석재, 봉제로 만든) 여아용 인형, 말타기놀이용 막대기형 목마나, 전쟁놀이용 장난감 갑옷 및 무기, 심지어는 총싸움용(?) 레플리카 총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니, 그래도 심심하진 않았을 듯. 당연히 이러한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장인들도 존재했던 듯 하다.


<피규어...아니 인형만드는 장인>



그렇다고 이 인형놀이가 처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거다, 남아용 피규어인형놀이도 있는데, 이를테면 아래 필사본에 있는 Ritterspiel (기사놀이)의 일종인 Rittermarionetten라는 놀이로 대련을 하기도 했으며, 일부 장난감 중에는 토너먼트용 갑옷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인형에 바퀴를 달아만든 인형, 아니면 아예 대련용 오뚜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애들용 기사놀이는 대충 이런 느낌?>




여담이지만, Rittermarionetten 는 성인들도 즐겼다. (ㄷㄷㄷ)


<12세기 말에 쓰여진 Hortus Deliciarum의 일부.  몇몇 다큰 어른들(?)은 Rittermarionetten 라는 인형놀이를 했드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심심한데에는 장사없다.

애들 데리고 많이많이 노시라..'ㅅ' (!?!?!?)


 

by LVP | 2009/11/07 15:15 | 당수 직속기관 - 역사 연구소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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